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어떨 때는 그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도 세상을 다 얻은 듯이 행복했었던 때가 있었다. 항상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사랑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타인을 바라보고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짝사랑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비록 좋아하는 마음이 서로 마주보지는 않더라도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도 이미 마음은 충만하고 행복하기도 하다.
이 책 『나주에 대하여』에서 저자는 여덟 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통해 타인과 나의 마음을 헤아리고 관찰하는 시선을 보여준다. '좋아하는 마음'이란 하나의 마음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속에는 질투하는 마음, 외로운 마음, 슬픈 마음, 미안한 마음, 두려운 마음, 집착하고 소유하는 마음 등 다양한 마음들이 들어 있다.
그런 다양한 마음을들 작가는 여덟 개의 이야기들을 통해 펼쳐보인다. 각기 다른 내용이긴 하지만, '상대에게 향하는 마음'이라는 주제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새 이야기>에서는 한 소녀를 사랑하여 사람이 되어 그녀를 사랑하는 청둥오리의 이야기가 나온다. 화자인 '나'가 좋아하는 존재가 사람이 아닌 '새'라고 하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사람이든, 새이든 좋아하는 마음은 매한가지일까. 짝사랑을 줄곧 해온 화자인 '나'와 그녀를 사랑해서 사람인 '천희'가 되었고 결국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의 길을 떠난 청둥오리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 이어지고 싶은 마음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같음을, 좋아하는 마음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표제작 <나주에 대하여>에서 작가는 사별한 연인 규희의 전 여자친구인 나주와 현재 연인인 김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화자인 현재 애인은 김단은 연인의 전 여친인 나주와 같은 회사를 다니게 되며 그녀를 관찰하게 된다. 마치 현재 사귀고 있는 남자의 전 여친이 어떤 사람인지, 남자친구가 전 여친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궁금하듯이, 김단 또한 전 여친이었던 나주의 블로그,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을 통해 그녀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다.
김단이 나주의 SNS를 스토킹하듯 검색하는 행위는 과연 질투에 의한 것일까? 아니면 한 남자를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다는 동질성 때문일까. 김단은 나주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녀를 점점 더 좋아하게 된다. 같은 사람을 좋아하면 그 마음조차 닮는 것일까?
두 여자가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는 남자를 영영 만날 수 없기에, 김단은 나주에 대해 애착을 느끼게 된다. 죽은 연인인 규희에 대한 애도와 그리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유일한 단 한 사람이기에, 자신의 애인이 사랑했던 또 한 명의 여자였기에 아마도 함께 그 슬프고 그리운 마음을 나누고 싶어한 것은 아닐까. 이렇게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또 다른 인연의 연결 고리를 만들게 되는가 보다.
그리고 작가는 <척출기>, <정체기>, <쉬운 마음>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관심과 그들의 생각을 반영하여 이야기를 들려준다.
<척출기>에서는 귀에 생긴 진주종으로 인해 수술을 받게 된 주인공 영은이 남자인 주현을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주현은 성전환수술을 통해 남자가 되었고 그래서 서로의 마음은 이어질 수 없고 서로 책임질 수 없음을 알게 되며 안타깝게 헤어짐을 선택하게 된다.
<정체기>에서는 내 연인이 이전 연인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보고 상처를 받은 은주와 그녀를 애타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유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렇게 연인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은주를 보며 유진은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좋아하는 마음은 그렇게 타인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마음,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 속에서도 생겨나는 것이다.
<쉬운 마음>에서는 레즈비언은 '나'는 노멀피플들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고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며 우아한 모습을 보이는 '현정'에 대해 질투와 시샘 , 동경과 부러움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현정에 대한 마음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화자인 나는 깨닫게 된다. '가장 쉬운 마음은 사랑이라는 것을'
이 여덟 편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우선 좋아하는 마음은 자신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고, 타인의 마음을 잘 살피는 과정 속에서 생길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사람마다 다른 좋아하는 마음을 작가는 여덟 개의 다양한 주인공들과 그들이 처한 각각의 상황들을 통해 섬세한 심리와 내면을 살펴보고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짝사랑같은 마음이 엮어낸 여덟 편의 이야기들을 통해 정작 몰랐던 나의 마음도 들여다보는 시간도 가져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