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에 진학해서 다니는 바람에 물리와 지구과학은 아예 교과목에서 빠져 있었다.
내가 수능 1세대라 수능에는 물리와 지구 과학 문제도 있었는데 말이다.
아마도 바로 앞 세대인 학력고사 때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과목 조정이 미처 안됐었기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별자리와 그에 얽힌 신화를 좋아하긴 했지만 교과목으로, 즉 정식으로 배워본 적은 없었다.
제대로 배웠다고 해도 잘 이해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하지만 하늘의 별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싶다.
시골 하늘에서 도시와는 비교도 안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별들을 보곤 무서워져서 꼼짝도 못하고 몸이 굳어버렸던 경험이 있긴하다.
별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보고 있다 보면 나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압도적인 느낌에 무섭다.
그런 별들을 항상 보고 있는 천문학자들은 과연 어떨까?
예전에 봤던 조디 포스터의 영화 '콘택트'에서 보이는 모습 같을까?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심채경 작가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읽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 소개 영상에서 심채경 작가가 '별자리 점'을 보냐는 질문에 '당연히 본다'는 대답을 하는 것을 봤었다.
저렇게 친근한 느낌이 드는 작가의 글이라면 내가 전혀 모르는 천문학 분야의 글이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담담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여러 가지 부분에서 너무나도 공감이 되었다.
결국 천문학자도 인간이니까.
하지만 역시 부럽다.
타이탄에서 달로 연구 주제를 바꿀 수 있는 그 결단력이, 그리고 무언가에 빠져서 인생을 걸고 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난 왜 그런 길을 찾지 못했을까.
그런 길을 찾아나가는 지금의 이 과정들이 크게 보면 다 길에 포함되는 것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상황이 좋아지면 천문대에 가서 별을 보고 싶다.
물론 망원경이 움직이지 않아야 하니 손은 내 허벅지에 올린 채로 얌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