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독은 브라키오사우루스로 표상되고 서동독은 개미로 표상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개미들이 자율적으로 행동하지만 개미 집단을 위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균형 잡힌 사회(미시적), 반면 구동독은 그렇지 못하다(거시적). 화자는 구동독이라는 기이한 시대를 시간과 공간적으로 살아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장벽이 없었더라면 진작에 만났을 프란츠를 중년 나이에 접어든 후에야 뒤늦게 만나 인생이 완전히 달라진다. 프란츠를 만나기 전 죽을 경험을 했던 화자는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사랑밖에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가졌었고 프란츠를 만날 수록 프란츠에게 더욱 집착한다. 결국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불투명하지만 화자는 프란츠가 사라진 이후 화자는 오로지 프란츠만을 생각하기 위해 절대적 고립의 상태로 들어가는데, 나는 그런 선택을 한 화자를 이해할 수 없고 너무나 난해하게 느껴졌다. 화자가 놓치지 않으려 했던 것은 사랑일까, 집착을 위한 집착일까. 어쨌든 내가 느끼기에 그것은 사랑은 아니었다. 자의적으로 언제나 바꿀 수 있는 기억, 혼자만의 상상. 형형한 두 눈만 남은 채 모든 것이 녹아없어진 자아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