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폴드 거스키의 죽음. 그는 읽고 또 읽으며 , 그것이 죽음의 선포가 아니라 삶을 위한 기도라는 듯이 그 말들을 입으로 되뇌었다. 그렇게 입 밖에 냄으로써 친구를 죽음의 천사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다는 듯이, 오로지 제 숨결의 힘으로 천사의 날개를 묶어 결국 포기한 천사가 친구를 내버려두고 갈 때까지 한순간, 한순간 버틸 수 있다는 듯이, 밤새도록 리트비노프는 친구를 돌보았고 밤새도록 입술을 움직였다. 그러자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오랜 시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이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