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있을 법한 모든 것
: 파악은 손으로 쥐는 것이지만 그것을 놓아야 할 때를 모르거나 그것을 손안에 쥔 그대로 잡아 터뜨릴 권리가 있다는 뜻이 아님을, 대상을 파악하고자 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 끝없는 밤
: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어부들은 저이의 팔에는 부목을 대주었으면서 왜 내 이마의 상처는 가만히 둔 거지? 이렇게 피가 많이 흘렀는데? 그녀는 두리번거리며 어부들을 찾았다. 이마의 상처에 정성스럽게 약을 발라주고, 거즈를 대주고, 반창고를 붙여줄 사람들을. 물론 배 안에는 상비약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녀가 미처 몰랐던 건, 상처에 약을 바르고 거즈를 대고 반창고를 붙이는 건 그녀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점이었다.
- 빛이 다가올 때
: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제때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 그 사실은 여전히 나를 놀라게 한다.
: 바람이 어제보다 부드럽고 가볍구나. 눈 때문인지 사방에서 지난여름 우리가 쪼개 먹었던 수박 향이 나는구나. 까치 소리가 평소보다 가깝게 들리는구나. "엄마가 묘사해주던 그 세계 역시 정말로 아름다웠어."
: 타인이 느꼈던 방식 그대로 세상을 느껴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얼마나 헛된가. 우리는 오직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대로만 느낄 뿐이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그렇다.
: 그건 얼마나 달콤한 일이었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었을까. 이미 오래전 지나왔으나, 그런 시기가 틀림없이 내게도 있었다. 그리고 그건 언제 누구에게 찾아오든 존중받아야 마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