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진희 잘 있어라. 이번엔 진짜 가는 거다."
허석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을 때 내 가슴은 잊었던 상처가 불에 닿듯 아팠지만 아침에 헤어질 때의 강렬한 안타까움은 아니었다.
나는 내 슬픔이 꽤나 차분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사랑의 감정이란 복잡한 것이었다.
그가 막상 진짜로 가버리고 나니 꺼질 듯 한숨이 나온다.
앞으로 이겨낼 그리움이 다시금 두려워진다.
그가 앉아서 밥을 먹던 자리에 손바닥을 대본다.
아직 온기가 있다.
마룻바닥에 엉덩이의 온기만을 남기고 그가 영영 가버렸다고 생각하자 나는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된다.
그래서 방 안으로 들어가 한참 동야 깊은 숨을 쉬며 가만히 앉아 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