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젤다가 눈썹을 위로 올렸다가 내렸다. 그는 MRI판독 결과를 알려주던 의사의 목소리와 며칠 전의 회식 자리를 잠시 떠올렸다. 젤다와 대화를 나눈 친구들은 몇 살일까. 그는 나이가 많지만 완전히 늙은 것은 아니었다. 뭔가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떤 결정을 내릴 수는 있었다. 그런 기회마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 카페 밖으로 나온 뒤 그는 잠시 문 앞에 서 있었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그를 지나 자전거도로로 나아갔다. 그는 헬멧과 선글라스를 쓴 사람들의 옆모습과 군더더기 없고 날렵한 뒷모습을 보았다. 무언가 그의 앞으로 계속 지나가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고 자신이 무엇을 선택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자 비로소 마음이 아팠다.
-작가의 말
한 편의 소설을 읽고 쓰는 시간을 보내다 한 기수의 수업을 마무리하고 나면 인생은 언제나 무언가 되려다 마는 것, 다음을 준비하고 그 너머로 가려다 주춤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