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는 요한네스가 태어나고, 2부는 갑자기 노인의 이야기다. 아침 그리고 저녁의 제목처럼 점심 없이 바로 삶의 처음과 끝을 본다. 왜 중간 없이 건너뛰었을까 한참 고민했는데, 엉뚱하게도 내 주변 노인들이 최근 기억보다 오래 전의 기억을 자주 떠올리고 이야기하던 모습이 생각났고 노인의 특징들이 담겨 있는 건 아닐까 생각들었다.
요한네스는 늙은 지금보다 힘 좋던 젊은 시절을 떠올린다. 페테르는 풍족했던 꽃게를 노처녀 안나 페테르센이 가져가지 않았다며 주고 싶어했고, 요한네스는 죽은 부인 에르나와 일곱 명의 아이를 낳을 만큼 사이가 좋았던 일을 회상했다. 이렇게 느닷없이 갑자기 흐리기만 했던 옛날이 눈앞에 펼쳐지기도 한다.
2부의 중반 쯤 읽으니 이 끝나지 않는 쉼표들이 뭔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요한네스의 마음 같기도 했다. 1부의 그 둥둥 떠다니는 소리들 사이의 글들이 느껴졌다면, 2부는 아련한 기억 속에서 글들이 있는 느낌 같았다.
정신 줄을 놓은 사람이 아니라 기억 속의 무언가를 계속 꺼내려는 듯한 말들. 그래서 온점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쉼표로 문장들이 계속 이어지는 듯하다(1부만 읽었을 때는 완전 막막했는데 2부 중반부터는 노인 요한네스를 조금 이해가 되는 듯하다) 왜 이해가 된 걸까..
특별할 것 없던 일상적인 하루가 반복되고, 결국 일상은 삶이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읽어서일까.
노인이 된다면. 죽음을 마주한다면 이런 모습일 수도 있겠다. 두렵기도 하면서도 또 떠나보내고 떠나는 모습이 나도 저럴테지, 상상하게 된다.
삶도 죽음도 왠지 이 책의 속도와 같을 것 같아서 무섭기도 하다. 죽음 속에서 삶을 보고 또 요한네스는 그 죽음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듯하다. 소리 없는 고요한 삶. 아니 죽음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