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는 종묘와 사직을 위한다면서 자식에게 죽음을 요구했다. 하지만 본질을 보면 그가 말한 사백 년 종사는 다름아닌 자신의 권력이다. 권력의 핵심인 자기 자신에 대한 도전은 털끝만 한 것이라도 용서하지 않는다. 자식이라도 봐줄 수 없다. 평범한 아버지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만, 권력의 일반적 논리에 따르면 이해하지 못 할 일이 아니다. 비정함은 정조 역시 다르지 않다. 정조는 즉위하자마자 외가를 박살냈고 그 과정에서 어머니까지 속였다. 나중에는 친구처럼 가까웠던 홍국영마저 죽음으로 몰았다. 권력자에게는 친구도 집안도 부모도 자식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