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세자도 신하도 설마 뒤주에서 죽이랴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뒤주에 든 세자는 밤이 깊어지자 답답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뚱뚱한 체구에 원래부터 더위를 많이 탔던 세자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잠시만 들어가 있으면 풀어주시겠지' 기대했는데, 영조는 끝내 아무 말이 없었다. 세자는 급기야 뒤주판을 차고 뛰어나오고 말았다. 밖으로 나온 세자는 궁궐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임금의 명령을 거역하고 나왔으니 안절부절못한 것이다. 세자가 뒤주 밖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은 영조는 다시 세자를 잡아서 뒤주에 들게 했다. ~ 다시는 판을 꺠고 나오지 못하게 두꺼운 널판을 덧대어 큰못을 치고 뒤주를 동아줄로 꽁꽁 묶었다고 한다. 그러고는 뒤주를 승문원으로 옮겼다. 마침내 뒤주는 세자의 관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