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시작부터 유부남과의 사랑, 일상의 주부에서 불륜을 저지르는 여자의 불안감이 보였다. 그 남자를 생각하며 행복을 느끼지만 그 행복이 사그라질까 걱정했다. 하지만 또 어떤 날은 그는 떠날 것이므로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언젠가 나를 떠나는 순간이 올 거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고통스러운 미래의 쾌락 속에 살고 있다는 표현을 쓰며 이 열정적인 연애를 유지하는 동안 극심한 불안감에 지낸다. 나는 이 모습이 흡사 짝사랑하는, 권태기의 연인을 떠올리게 했다.
그녀는 A를 욕구의 대상이 아니라 진짜 사랑했다. 잊기로 하고 한 모든 행동과 시간의 장소에서 그를 떠올렸고 상상했고 함께 했다. 자신은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뜻대로 안되는 혼란 속에서 더 고통스럽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안고 살 것인데 그 비밀을 텍스트로 꺼내 놓으며 내 비밀이 세상에 드러난 듯한 부끄러움이 느껴졌던 책이다. 솔직하지만 같은 감정이었다고 차마 말할 수 없는 과거형의 그 글들이 현재 다른 시점에 다른 이가 썼었지만 왜 내 글 같았는지.
나도 그 욕망에 그 부재에 대해 솔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는 것을 에르노의 글을 읽으며 부끄럽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드러내 보일 수 없는 무존재로 부재인 상태로 있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