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가 죽을 만해서 죽었다는 자기 의견을 입증하기 위해서 혜경궁은 사도세자의 광증을 자세히 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사도세자에게 죄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나 없다고 보는 입장이나 모두 사도세자의 광증을 부정하기에 그 견해들을 비판하려면 세자의 광증을 더욱 상세히 그려야 했다. 죄가 있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세자에게 광증이 있다면 죄가 그리 크지 않게 된다. 반대로 죄가 없다는 입장에서는 광증이 있다면 결백한 세자에게 흠을 내는 셈이다. 혜경궁은 세자의 광증을 구체적이고 상세히 그려냄으로써 광증을 부정하는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