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로 늙어가는 즐거움과 하소연.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살림살이의 고달픔. 그럼에도 일상이라 할 수 밖에 없는 글이지만 이 산문이 더 와닿은 이유는 물건들이 나라는 것, 나의 시간들이었다는 것. 버리지 못하는 나에게 집착이 무엇이었는지를 들려주었기 때문이었다. 다 필요해서 샀던 것이고 모아보고 돌이켜보면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물건들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물건들의 색이 바래진다는 것은 낡아지는 것에 대한 쓸쓸함일 수 도 있는데, 어쩌면 그런 물건들은 쓰임이 다 했기에 버려지는 것이지만 정을 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좀 더 그 시간들을 잡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 나오는 글처럼 물건과 잘 이별해야하는데 그냥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이 그 시간을 그렇게 처분해버리는 것을 볼 수 없어서 붙잡고 있었을지도.
헌 물건을 버리고 새로운 물건을 사는 일. 그리고 잘 보내주는 일은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용기내어 해야 내 과거, 현재, 미래를 잘 정리하는 일은 아닐까 생각한다.
물건 뿐 아니라, 나이가 들어도 새롭게 시작하는 초보자, 마이너가 될 수 있으니 용기를 내라고 말한다. 늘 익숙함에 머물러 있기보다 낡고 헤지면 새로 바꾸어야 하는 것처럼 자연스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우울해할 필요없고 하면 할 수 있는 일이니.
유독 <반지> 글을 읽으면서 나도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자라면서는 왜 그렇게 우리에게 소홀했는지 섭섭했고, 다 커서는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알면서도 변화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답답해했다. 그러면서도 엄마의 빈자리가 늘 그리웠고 함께 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현재의 잠깐 잠깐의 시간을 또 그런 행복으로 채워보기도 한다. 엄마의 인생이라는 것도 있었음을 내가 살아보니 알겠고 또 그 시대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아 속상해 했을 엄마에게 고생많았다고 나도 이제 잘 산다며 포근히 안아주고픈 마음도 든다. 그렇게 못했던 기억을 내가 알면 엄마도 아는 것이겠지. 내가 아이의 표정만 보아도 아는 것처럼.
내가 행복을 너무 슬픔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나름의 행복으로 잘 살고 있는 삶인데 내 기준으로 힘들었겠다고 판단하고 미리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많이 바뀌었고 배웠다 생각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부모님께는 왜 적용하지 않았나. 죽은 사람을 기억할 때 슬픈 기억보다 추억하고 행복했던 시절들을 떠올려보듯 살아계실 때에도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고 더 다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따스함을 전달해드리는 것 남에게도 하면서 엄마 아빠에게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투덜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