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길게 늘어놓고 있긴 하지만, 이 스토리가 전혀 새롭지 않다는 사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나 또한 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는 일에 회의가 든다. 이런 전형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나쁜 것들은 대체로 전형성 안에 몸을 숨기기 마련이다. 나는 유구한 역사 속에서 하나의 패턴으로 단단히 자리잡은 불행한 이야기들의 원형, 그 비극 서사의 전형성에 분노를 느끼곤 한다. 아니 그것은 분노라기보다는 무력감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건, 이것이 정말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