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과물
#배수아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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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고 낯설어서 난해함의 절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라서 어차피 읽더라도 다 이해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책장을 넘긴다. 배수아이기 때문에. 그 세계를 알 수 없어도 그 안에서 느껴보고 싶기 때문이다. 정답의 위선이 없기에 자유로움을 만끽하면서도 동시에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것 같은 불안을...그의 소설의 통해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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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이면서 기묘하게 닮아있어 연작인듯 하고 장편으로 직조된 것은 아닌데 독자로서 애를 쓰고 연결하면 될 거 같기도 하고. 그럼에도 그런 노력은 무용하리라고 짐작한다. 배수아를 어떻게 읽어야할까. 헤메이는 인물들은 소설 안에서 독자의 마음 안에서 이중의 방황을 한다. 유년은 그림자에 드리워져있고 그 안에는 가난과 억압의 서사가 있다. 그럼에도 인물들은 상황에 구속되지 않고 의외의 탄성을 보여준다. 매력이라고 하기에는 날것의 감각들. 매혹이라고 하기에는 의도하지 않은 감정들. 배수아의 작품에 끌리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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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은 망상이에요. 자신이 어린 시절을 가졌다는 믿음은 망상이에요. 우리는 이미 성인인 채로 언제나 바로 조금 전에 태어나 지금 이 순간을 살 뿐이니까요. 그러므로 모든 기억은 망상이에요. 모든 미래도 망상이 될 거예요. 어린아이들은 모두 우리의 망상 속에서 누런 개처럼 돌아다니는 유령입니다.”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