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페미니스트
록산게이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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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요? 이 질문에 대답하는 속도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확신에서 빠르게 답할수도 있고 페미니스트의 개념을, 나의 태도를 생각하느라 대답이 늦어질 수도 있다. 나는 과연 페미니스트인가?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는가? 페미니즘에 대해 알고 배우며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는가? 나는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질문과 대답 그리고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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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태도나 취향은 소비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의 정체성을 좀더 돋보이게 하는 명칭을 단순히 액세서리처럼 여기는 것은 아닐까. 페미니스트라는 것도 그런 가벼운 판단에서라면 스스로 질문을 꾸준히 소거하면서 대답에 근접하기 위해 애쓰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과정을 부채감에 의해서 무거운 마음으로 핳 필요는 결코 없다. 일상에서 부딪히는 주제들을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보며 생각하면 어떨까. 나쁜페미니스트의 저자 록산게이처럼. 경쾌한 문체와 유머러스한 발상 동시에 날렵한 문제제기. 나는 "나쁜" 이라는 수식어의 자유를 만나게 되었다.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의 현재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스스로 "나쁜"을 자처하면서 자신만의 영역에서 자유롭게 말하는 저자의 매력은 특별했다. 자신의 위치를 진실되게 직면하고 왜곡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정확하고 또한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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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시간에도 나를 위해 마련되었을지 모르는 내게 딱맞는 어떤 자리에 가닿기 위해서 계속 글을 쓴다" 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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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대란 탐색이 경계의 불안에서 근거하더라도 균형감을 연습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민자의 자녀로, 흑인이며 여성으로 미국사회의 소수자성을 경험할 수 있지만 동시에 박사학위의 학력과 교수라는 직업으로 '자리'를 탐색한다. 동시에 이 글을 읽는 나 역시 자리를 찾기 위해 그리고 자리를 찾고나서도 꾸준히 써야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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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은 특정한 혜택, 이점, 호의러 인해 부여된 권리 또는 면제권이다. 인종적 특권, 젠더적특권, 교육적특권, 종교적특권 등등 특권은 끝도 없이 이어질 수 있다. 어떤 시점에서는 자신이 갖고 있는 특권을 인정해야만 한다.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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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을 갖지 못한 사람들을 조명하기 전에 자신의 특권을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권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이 시작이며 이러한 단계가 없다면 이타적, 혹은 혁명적 시도를 하더라도 시혜적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때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말할 때 특권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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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초반에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이어서 이어지는 내용은 문화비평이나 세태에 대한 분석이 다뤄진다. 어떤 주제든 유머는 유쾌하고 제언을 강력하다. 록산게이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민자의 자녀이며, 흑인이며 여성인 작가는 소수자성의 교집합에 있다. 권력의 열세인 소수자집단에 있더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통해 가장 강한 목소리를 내는 것. 이것이 나쁜 페미니스트 록산게이의 힘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