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과 물>을 읽으면서 정말 눈이 먼 채로 어두운 꿈 속을 비행하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캄캄한 세계를 마구 돌아다니다가 곳곳에서 예상치 못하게 등장하는 이미지들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약간은 끈적이는 발걸음을 떼어나가며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수록된 해설을 읽으면서 각 단편들을 엮어 정리하는 느낌도, 해설을 생각하지 않고 제시된 여러 상징들을 마음대로 엮어서 작품 자체를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것도 다 좋았습니다. 그리고 완독 후에는 정말 탁월한 표지 선정이라면서 무릎을 탁! 쳤답니다ㅎㅎ 첫 표지를 펼칠 때의 기대가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배신되지 않는 경험은 소중한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기대 그 이상으로 너무 좋았습니다. 배수아 작가의 전작들도 다 찾아읽고 이번에 나온 <작별들 순간들>도 독파 챌린지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따로 시간내서 읽어나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