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도 이러한 그림들 속 강간을 이해하는 다양한 가능성과 뉘앙스를 간과하고, 대신에 문학적 암시와 은유, 정치적 상징, 미학적 기준 등에 집중해왔다. 티치아노는 큰 사랑을 받는 화가이기 때문에, 그의 그림들을 오늘날의 성정치학과 와인스타인의 범죄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는 시각은 대부분의 미술 애호가들에게 신성 모독적이고 학자들에게는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터이다. 나는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이 그림들의 빛과 색채와 살결의 리듬에 매혹당하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훨씬 더 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