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으면 지연이의 현재와 과거의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주인공 이지연은 할머니로부터 과거 일제시대 증조모이야기를 듣고 현재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교차하며 소설은 진행된다. 결혼한 여성의 감정을 정말 잘 묘사했다.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보았나 싶을 정도로 나의 일기장 속 이야기같이 감정들이 공감되었고 책 페이지를 넘겨갈 때마다 내 속안을 한바퀴 휘젓고 지나간듯 요동쳤다.
잊고 있었던 나의 할머니가 생각났다.
내가 사회에 적응하고 견디고 경쟁에 치일동안 과거를 회상하며 천천히 흘러가는 그 시간들을 체념한 듯 집에서 홀로 외롭게 있었던 나의 할머니의 기억이.
이렇게 소설 속에서 만난 할머니도 여자였고, 엄마였고 청춘을 살아왔었다는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쇠약해져가는 모습을 보며 돌아서기보다 나와 닮은 한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살갑게 대했더라면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았을텐데 할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그리움이면서도 동시에 미안했다.
눈물이 계속 났던 이유는 책속의 여자들처럼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때문인지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알았기 때문인지 외로움과 평생을 싸워야했던 그들에게 서로가 있었듯 나에게도 서로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내가 밀어내고 봐주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대구 명숙할머니 집에서 함께 증조모, 새비아주머니, 희자, 영옥이 이렇게 여자만 모여 살며 큰 소리로 웃던 장면과 새비아주머니가 희령으로 찾아와 증조모와 바다에 함께 가서 공놀이하는 장면은 행복해 보였다. 그 잠시밖에 누릴 수 없다는 행복을 알아서 였을까 웃음으로 서로의 기억에 행복으로 기억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가슴이 아팠다. 서로 편지로 안부를 묻기도 하고 자신의 속내를 적으며 한풀이하기도 했다. 그런 과거와 현재의 엄마와 딸 사이의 감정들에 대해 생각만 했던 일들을 글을 읽고 보니 나는 그동안 엄마에 대해 많이 몰랐었구나 싶다. 당장의 변화될 수 없겠지만 엄마와 딸이기에 그냥 지나쳤던 것, 말하지 않았던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해보고 경계를 긋고 멀리하기보다 조금 더 다가가는 것부터 해보아야겠다.
삼천이와 새비아주머니, 희자와 영옥이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지연이가 회복되었던 것처럼 나도 『밝은 밤』으로 내 가슴 속의 일부가 다독여진 것 같아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