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작은 불꽃이다. 불꽃이 조금씩. 신중하게 번진다. 허공으로 올라가 밤빛에 섞이는 검은 연기만 그곳에 있다. 오렌지색 불길이 텅 빈 눈동자에도 번진다. 추억과 사랑과 경의와 가르침과 근심과 동정 속에 버려지고 좀먹고 갇혀 있던 사람의 눈동자에 불길이 찌르는 듯한 아픔과 뜨거움을 남긴다. 그 아픔이 당신이 아직 살아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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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잘려도 나무는 죽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새 땅에서 다시 자라리라. 재 안에서 태어나는 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