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때문이었는지, 새비 아주머니가 웃기 시작해서였는지 그날 그들은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다. 증조모의 얼굴에도 예전의 천진한 표정이 떠올랐고 증조모의 무릎에 누인 새비 아주머니도 아이처럼 떠들었다. 무거웠던 집안 분위기가 드물게 환기되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날 그 자리에서 불안을 느꼈다. 경계하지 않을 때, 긴장하지 않을 때, 아무 일도 없으리라고 생각할 때, 비관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때 어떤 순간을 즐길 때 다시 어려운 일이 닥치리라는 불안이었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 같다고 생각하며 전전긍긍할 때는 별다른 일이 없다가도 조금이라도 안심하면 뒤통수를 치는 것이 삶이라고 할머니는 생각했다. 불행은 그런 환경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겨우 한숨 돌렸을 때, 이제는 좀 살아볼 만한가 하고 보다 생각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