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업거나 안은 사람, 머리에 보따리를 이고 걷는 사람, 금숙아, 금숙아, 누군가를 부르는 사람, 엿장수, 주먹밥 장수, 구석에 앉아서 시든 사과를 파는 사람, 임신부, 소리치는 사람, 말없이 우는 사람,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사람, 국군, 미군, 반쯤 넋이 나간 사람, 맨발로 걷는 사람과 악을 쓰고 다투는 사람, 그 모든 사람이 너무 가까이 붙어 있었다. 서울 사투리, 충청도 사투리, 경상도 사투리, 황해도 사투리 등 온갖 말씨가 다 섞여 있었고 가끔 일본어와 영어가 들리기도 했다. 마치 죽 속 밥풀처럼, 모두가 개어져서 하나의 대접 안에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 밀접함이 아득했다. 모두가 살고자 연고도 없는 그곳으로 모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