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내가 오 윌리엄! 하고 생각할 때, 그건 또한 오 루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가?
오 모든 이여, 오 드넓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소중한 모든 이여, 그런 의미는 아닌가?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심지어 우리 자신조차도! - [오, 윌리엄!] (297쪽~298쪽)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 [오, 윌리엄!]은 윌리엄이 일흔한 살인 현재를 기준으로 그의 전부인 루시 버튼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 됩니다. 윌리엄 게르하르트는 뉴욕대학 미생물학을 가르치는 교수인 동시에 기생충학의 권위자 입니다. 루시와는 대학교 때 만나 11년 동안 부부로 살았고 둘 사이엔 크리시와 베카라는 딸들이 있습니다. 윌리엄이 직장 동료이자 가족 동반모임도 같이 할 정도로 친하게 지내던 조앤과 오랜 기간 외도 한 사실을 알게 된 루시는 이혼을 결심하는데 윌리엄의 어머니 캐서린이 죽자 자신의 이름, '루시 바턴'을 찾는 것을 실행합니다. 현재 윌리엄은 조앤과 칠 년의 결혼 생활도 끝이 나고 세번째 부인 에스텔, 딸 브리짓과 단란한 가정을 꾸려나가다가 그들마저 떠나고 우연한 기회로 자신의 어머니가 낳은 이부누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루시 역시 윌리엄과 이혼 후 두번째 남편 데이비드를 만났고 현재는 그가 죽은지 일 년이 되었습니다. 윌리엄은 누나를 만나기 위한 여행길에 루시가 함께 하길 바라고, 루시는 그 여행을 통해 놓치고 있던 관계들에 대해, 자신이 가진 영향력에 대해 알아가게 됩니다.
[오, 윌리엄!]은 실패에 가까운 결혼 생활이었지만 이혼 후에도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에만 초점을 두었다면 그냥그런 소설이 되었겠지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탁월한 이야기 솜씨는 상상도 못했던 윌리엄의 어머니 '캐서린 콜'과 루시 버튼의 어린시절이 갖는 공통점, 즉, 개인이 가진 결핍과 가난이라고 하는 키워드에 세계 제2차대전에서 히틀러유겐트 단원이었던 윌리엄의 아버지가 미군에 의해 포로가 되어 메인 주의 감자 농장으로 보내지고 그곳에서 농자주의 부인이었던 캐서린과 만나 결국 결혼을 하고 윌리엄이 태어나 일흔 살이 넘어가는 시점까지도 히틀러가 유태인 등을 포로수용소에 강금하고 학살 한 것에 여전히 미안해 하고 속죄하고자 하는 마음이 내면속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오 윌리엄!'이라는 문장을 만날 때 대부분 루시는 다음 말을 덧붙입니다. '당신 때문에 돌겠다'라고. 너무 솔직해서 오히려 드라마 같은 장면이 연출되는 스트라우트의 소설은 평범함 안에 비범함을, 비범함 안에 일상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랑이 어떻게 이리도 가볍냐고 묻는가 하면 사랑은 원래 그런거라고 하기도 하고 루시가 겪은 어린시절의 끔찍한 학대로 인해 작가로 성공을 하고 자식들도 훌륭하게 키웠지만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자존감에 힘들어하는 모습은 타인은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누구도 자신이 아니기에, 그리고 그걸 직접 겪은 당사자라도 타인에게 완벽히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오, 윌리엄!]의 윌리엄도, 루시도 우리는 알지만 알지못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매력적입니다. 편견이든 탁월한 식견이든 결국 우리는 우리자신 조차 잘 모른다는 걸 깨닫게 만드는 힘이 있기에 곱씹어 읽다보면 허탈한데 또 충만하게 되는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작가의 전작 [올리브 키터리지]나 [다시, 올리브]에서 루시는 스쳐가는 인물일 수도 있지만 루시의 인생에서 '루시'는 늘 주인공입니다. 혈연 관계로 맺어진 가족이 남보다 못할 때도 있고, 아무런 관계가 없는 데도 자식처럼 키워주고 가족이 되어주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씁쓸한 데 또 끌리는 소설 [오, 윌리엄!] 추천 합니다.
#오윌리엄 #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 #정연희_옮김 #장편소설
#문학동네 #독파 #완독챌린지 #책추천 #책스타그램
#2022부커상최종후보 #미국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