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뇌우의 첫번째 돌풍이 비행기를 공격했다. 부드럽게 들어올려진 금속덩어리는 무선사의 육체를 짓누르다가 스르르 풀리더니 녹아 없어져, 그는 어둠 속에서 몇 초간 홀로 붕 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두 손으로 금속 기둥들을 단단히 잡고 매달렸다.
무선사는 조종석의 붉은 램프 불빛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오직 그 불빛에 의지한 채 어둠의 심연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느낌에 소름이 끼쳤다. 그는 감히 조종사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물어볼 엄두를 못 내고, 금속 기둥을 단단히 붙들고 조종사 쪽으로 상반신을 기울인 채 그의 어두운 뒷덜미를 바라볼 뿐이었다. - <야간비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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