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서 숨 가쁘게 달려 온 여정을 잠시 멈추고 한적한 서재에서, 사람들과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머무르는 일은 나에게 꿈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이루고 싶은 꿈. 첫서재가 될 공간을 물색해 공사를 진행하고 난데없이 물난리를 겪고 오픈 후 이런저런 실수를 하는 장면들이 나옴에도 그 모든 과정이 한 편의 아름답고 느긋한 꿈처럼 느껴졌던 것은, 그 안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장면 속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얼굴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다. 글에서 그것이 느껴진다. 조용하고 안전한 공간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주는 안정감. 친밀함. 이 책을 읽는 나의 마음 역시 덩달아 차분해지고 말랑말랑해졌다.
이제는 사라진 곳. 이미 영업을 종료하고 문을 닫은 곳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애틋한 마음으로 읽었다. (실제 모습을 담은 사진이 실려 있기는 하지만) 읽는 내내 머릿속으로 글이 묘사하는 첫서재의 모습을 그려 보곤 했는데, 그래서인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곳임에도 은근한 그리움이 밀려드는 것 같았다. 언젠가는 새로운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그때는 너무 늦지 않게 소식을 보고 찾아가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줌토크를 통해 첫서재의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랜선서재들이?ㅋㅋㅋ),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늑하고 탐나는 공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