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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자 아줌마가 자신이 만들어놓은 유태인 동굴까지 죽으러 갈 기운이 남아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그곳이 왜 있어야 했는지 나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로자 아줌마가 왜 그곳에 생필품을 갖다놓고 이따금 내려가서 의자에 앉아 둘러보며 안도하곤 했는지 알지 못했었다. 그런데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충분한 경험을 쌓을 만큼 오래 살지 못했던 것이다. 이 말을 하고 있는 지금도, 아무리 고생을 많이 했노라 자부해도 사람에겐 여전히 배워야 할 것들이 남아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