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은 당신, '훌훌'하시기를*
박선옥
"죽을 만큼 힘들었던 적 있으세요?" 엄마의 죽음을 바라본 유리는 선생님에게 묻는다. 선생님은 말한다.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은 각각 다른 것 같더라. 감당해 낼 여건도 다르고, 설령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죽음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함부로 말할 수는 없을 거야."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을 받은 문경민 작가의 "훌훌"은 입양가족의 문제를 거침없이 다루고 있다는 점이 놀랍고 이야기 구성이 매끄럽고 흥미롭다. 유리는 입양되었지만 엄마의 재혼으로 외할아버지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입양되었지만 버림받았고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없었던 유리의 목표는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들어가 집을 '훌훌' 떠나는 것이다. 그런 유리 앞에 연우가 나타난다. 엄마가 재혼해서 낳은 동생 연우는 엄마를 밀쳐 죽였다고 한다.
얼마전 '입양의 날'(5월 11일)이 지났다, 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건복지부가 제정해 2006년부터 시행되었다는 5월 11일은 "한 가정이 한 명의 아동을 입양해(1+1) 새로운 가정을 만들자."이라는 취지로 입양을 장려하기 위한 날이라고 한다.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훌훌" 덕분에 입양가정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고등학생 유리의 복잡한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소설"훌훌"은 성장이라는 키워드와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다만 유리가 가부장적 여성의 역할(요리와 돌봄문제)를 떠맡고 있다는 성역할 구성이 조금 아쉽다.
"살아온 길이 저마다 다르니까 함부로 판단할 수 없을 것 같아. 나는 그 사정을 알 수가 없잖니."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다가간다면 타인과 동시에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다. 5월 가정의 달에 이 책을 읽게 되다니, 마음이 아프고 뜨거웠던 기억을 남겨두고 싶다. 작가의 말처럼 '훌훌' 털어내고 '훌훌' 날아가기를 바라듯이.
(* 글제목은 작가의 말에서 가져왔습니다./2022.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