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우주에서 온 또다른 나, 즉 나와 똑같이 우리 아기를 사랑하며 돌봐줄 사람이 있다니. 돌쟁이 아기를 키우며 둘째를 임신한 엄마로서, 책 소개를 보고 읽지 않을 수가 없었던 책이었다. 내 꿈(?)이 현실이 되는 소설이었기에.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꾸 평행우주에서 온 분신 ‘몰’이 무슨 짓을 할지보다도 현실에서 아이 둘을 케어하고 있는 엄마 몰리에게 신경을 쓰게 된다. 몰리의 둘째 벤이 우리 첫째 또래여서 그런지, 하는 행동이 너무나 비슷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거기다 이제 연년생 아이가 태어나면 나는 어떻게 될까.. 에 대한 답을 첫째 비브와 둘째 벤을 돌보는 몰리를 통해 조금이나마 찾은 것 같기도 했고(비브의 경우 말귀를 알아듣고 뭔가를 스스로 할 나이라는 게 좀 다르지만..).
워킹맘 몰리는 미운 네 살 첫째와 말그대로 젖먹이인 둘째를 키우는 게 힘에 부친다. 특히 남편이 일주일이나 집을 비운 상황은 대혼란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카오스에 집안에 있을 수 있는 침입자를 대해야 하는 몰리의 긴장을 표현한 첫 장면부터가 강렬했다. 나중에 그 침입자의 정체가 밝혀지고, 그와 협업(!)하여 아이들을 돌보는 동안에도 둘 사이의 긴장은 팽팽하다. 몰은 몰리의 ‘모성애’를 자극한다. 당장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누군가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만, 막상 자신의 아이를 앗아갈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혹은 아이들이 자기 자신보다 더 따를 지 모르는 존재가 아이들을 돌봐준다면 그건 또 싫으니까. 그러나 결국 몰리가 또다른 자신 몰에게 마음을 열어 아이들을 더 맡기고, 몰은 그 나름대로 몰리의 삶에 너무 깊이 관여하지 않으려고 자신의 흔적을 서서히 정리하는 것을 보며 평행우주를 사이에 둔 둘의 우정을 응원하게 되기도 했다.
책을 읽기 전엔, 만약 평행우주에서 내가 온다면 아주 기쁜 마음으로 공동육아를 제안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이야기를 읽어보니 그게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그냥 처음 몇 년 고생하더라도 역시 내가 키워야겠다. 평행우주의 내가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길.
*홍보 때문에 어쩔 수 없었겠지만, 만약 그 침입자의 정체가 ‘평행우주에서 온 나’인 걸 모르고 책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좀 아쉬웠다. 그랬다면 훨씬 흥미진진했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