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읽었던 '장발장'과 커서 읽은 '레 미제라블'은 완전히 다른 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래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서 만난 '톰 소여의 모험'도 그렇지 않을까 했다.
반전은 어릴 때 내가 읽었던 그 '톰 소여의 모험'과 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판의 내용이 같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을 이제는 확실하게 구분할 수 이게 되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항상 이 둘이 헷갈렸으니까.
톰 소여는 이모네 집에서 살고 있다.
물론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그렇게 된 것일 테지만, 그럼에도 톰 소여는 구김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악동이다.
악동이라고는 하지만 악의가 있었다기보다는 철이 없고 뒤를 생각하지 않는 느낌이랄까.
톰 소여의 절친인 허클베리 핀에 비해 여러 가지 환경이 월등히 좋지만,
오히려 자유로운 허클베리의 환경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어릴 때는 어른들의 잔소리를 듣느니 힘들더라도 자유롭게 사는 것을 더 동경하곤 하니까.
사실 힘들다는 건 직접적으로 와닿지도 않을 테고.
생긴 것도 잘 생긴 편인 건지 전학을 온 예쁜 여학생과 바로 사귈 뻔 하기도 한다.
톰이 말실수만 안 했으면 그 날로 1일이 되었겠지만.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의 인물의 심리묘사, 당시 시대상이 엿보이는 여러 에피소드들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악인이 인디언으로 설정된 것은 조금 아쉽다.
내가 인디언에 대해서 너무 좋은 이미지만을 가지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흑인들 이상으로 핍박받은 그들을 또 굳이 악인으로까지 설정했다는 점이 조금 씁쓸하다.
요즘으로 치면 한국인은 다 태권도와 스타크래프트는 잘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듯이
인디언 하면 뭔가 음침하고 사람을 쉽게 죽일 것 같은 이미지가 있었던 건가 하는 생각을 해봤기 때문에.
그리고 또 하나.
아무리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 보물을 찾아서 벼락부자가 되었다고 해도
그 돈을 순수하게 그 아이들의 돈으로 인정하는 어른들만 있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
요즘 같으면 그 아이들은 돈은 돈대로 다 잃고 심한 인간 불신에 빠졌을 것 같은데 말이다.
물론 다음 이야기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평소엔 얼씬도 하지 않던
아버지란 자가 나타나 아들의 돈을 빼앗으려 한다고 하기는 하더라.
하지만 이 책 한정으로 어른들이 아이들을 아낀다는 느낌은 확실히 받을 수 있어 좋았다.
이어서 '허클베리 핀의 모험'도 읽어볼까 하고 찾아봤는데,
문학동네에서는 나온 것이 없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는 나와있다.
현실에 시달려 심신이 지쳤다 싶을 때 그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