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섞인다. (중략)
당신은 먼저 일어선다. 이르게 왔으므로 이르게 떠난다. (중략)
살면서 꼭 한 번은 더 보고 싶은 사람이다. 나는 그것을 깨닫는다, (중략)
백년 속의 이십 분, 그런 이십 분이 무수했으리라. 살면서 꼭 한 번은 더 보고 싶으나 분명 그러지 못할 사람과 사람. 그들의 이십 분이 백년을 쌓아올리겠지. (중략)
단 한 번으로 끝나는 인연을 아까워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을 기다린다는 희망 없이, 언제까지 기다린다는 기약 없이, 눈을 감고 기다릴 것이다. 바람일까, 당신일까, 시일까, 슬픔일까, 혹은 그것들이 모두 하나일까 맞춰보면서, 그러다 ‘그것’이 나를 다시 지나치는 때가 온다면, 내가 기다려온 것이 ‘그것’임을 알아챌 수 있기를. 가벼이 일어서 그 뒤를 따라 조용히 걸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