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과 출생 연도의 앞자리 수는 같았고, 학번의 앞자리 수는 달랐던 1980년생 99학번.
선배들과 출생 연도의 앞자리 수는 달랐고, 학번의 앞자리 수는 같았던 1980년생 99학번.
나는 양쪽의 교집합인, 어느 곳에서든 존립할 수 있는 자였고,
나는 양쪽의 여집합인, 어느 곳에서든 존립할 수 없는 자이기도 했다.
있으나 없는, 없으나 있는 유령 같은 위치였을까.
비단 유령이 출몰할 때뿐만 아니라 백수린 첫 소설집 9개의 단편소설 곳곳엔 교집합과 여집합이 난립했다. 난립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난립만큼 무질서의 시대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또 무엇이 있을까. 난립의 시대를 건너, 강산도 변한다는 십 년의 세월이 지난 백수린의 글을 읽고 싶어 밤에 주문해 새벽에 오는 양탄자 배송으로 눈부신 안부를 주문했다. 그녀가 십 년 만에 보여준 눈부신 안부를 듣고 싶다. 첫 소설집에서 평을 했던 평론가가 성장한 작가가 됐다고 본 글을, 제대로 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그녀의 소설을 눈부실 아침, 안부인사처럼 열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