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인물도, 주변인물도, 잠깐 스치듯 지나가는 인물도, 여기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이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언캐니하다. 마지막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그래서 그 여자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도, 호감인지 반감인지 헷갈리는 감정 묘사도, 자꾸만 의심하게 했다가 철회하게 했다가 갸웃거리게 만드는 서술 방식도, 제목이 너무 노골적이라는 심사평을 본 듯한데 제목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이 소설이 더 좋았다. 언캐니 밸리를 설명할 때 자주 예시로 사용되는 그 하얀 얼굴의 로봇 사진이 내내 떠올랐다. 이질적이어서 불쾌한 건지, 너무 닮아서 불편한 건지 모를 그 이상한 기분.. 너무 비슷해도 불쾌하고, 너무 달라도 불편하다. 같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를 때, 다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같을 때는 더 불편하고, 알고 보니 정작 '제대로 아는 게 아무것도 없을' 때는 더 불편하다.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분명 주변에 널려 있지만 나는 '나'를 둘러싼 다른 세계를 사실 잘 알지 못한다. 문득 길 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다 언캐니하게 느껴진다. 내 얼굴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나도 그들에게 언캐니한 얼굴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