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혼모노라는 단어는 일본 만화를 봐왔던 사람이라면 무조건 접했을 단어라서 제목을 봤을 땐 살짝 흠칫했다. 소위 오타쿠들이 "혼모노다, 혼모노" 이런 말을 서로 조롱의 의미론 내뱉곤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줄거리를 보니 '내가 좋아하는 소재다!' 하고 옳다거니 읽었다. 무당 쪽 관련 문화는 잘 모르나 <파묘>의 영향으로 무당이란 소재의 접근성이 낯설지 않았고 사실 그 때문에 이 단편에 흥미가 갔다. 혼모노는 내가 아는 단어인 '진짜'라는 말이 맞았고(하지만 저런 우스갯소리로 쓰였던 오타쿠 용어를 생각한 게 민망했다), 읽고 나니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젊은 시절부터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왔던 사람은 연차가 쌓일 수록 노련해지고 유능해지지만 그 전성기를 지나고 나면 젊은 사람보다 감각이 쇠하기 마련이다. 주인공인 '문수'가 그런 상황이다. 문수로부터 신이 떠나고, 신애기의 등장으로 그는 주로 맡아왔던 일에서 뒷전으로 물러나게 된다. 처음에는 문수의 시기가 크다고 생각했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던 사람이라면, 그리고 나이가 듦으로 혹은 갑작스러운 상황이 닥쳐와 그 동안 쌓아왔던 일에서 멀어지게 되었다면 자연스럽게 들 수 밖에 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 억울함과 자신의 운명에 맞서듯 굿을 하는 문수의 행위는 가장 인간다운, 인간스러운(무당 일은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과는 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행동이었다. 진짜를 흉내내다(무당) 진짜(인간)가 되어가는 과정을 굿으로 풀어낸 게 재미있는 전개였다. 굿은 신에게 비는 행위인데, 문수의 소설 속 마지막 굿은 인간으로서 스스로를 증명하는 행위였다. 누군가를 위한 굿을 하다 처음으로 스스로를 위한 굿을 하게 된 것이다. "가벼워진다. 모든 것에서 놓여나듯. 이제야 진짜 가짜가 된 듯."(p.280) 그리고 세상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서 자신이 되기 위해 증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