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 제목인 [아침과 저녁]은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morning 과 evening의 개념이 아니라 ‘태어남’과 ‘죽음’을 의미한다. 책을 다 읽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읽어도 어색하지 않은.
이 책은 독특하게 마침표가 없다. 쉼표로 이어지거나 마침표가 없이 글이 계속 이어진다. 처음에는 인쇄가 잘못되었나? 번역이 잘못되었나 싶다가도 책을 계속 읽어보면 작가의 의도라는 것을 눈치챈다.
결국 삶과 죽음이 하나로 이어지는 긴 호흡같은 느낌의 소설. 마지막 문장에도 결코 마침표를 찍지 않는 작가의 치밀함이 돋보인다.
내용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은 올라이 아들 요한네스가 태어나는 장면, 그리고 나머지 한부분은 그 요한네스의 죽음, 혹은 죽은 이후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요한네스의 죽음, 혹은 죽은 이후의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인데 그 내용은 임사체험이나 죽음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르고 있다. 즉, 죽으면 육체에서 영혼이 분리되고 그 영혼은 자신이 죽은 것을 모른다. 자신의 가장 친했던(?) 사람(여기서는 친구 '페테르')이 마중을 나오고 보고 싶었던 사람(이 책에서는 먼저 죽은 아내 '에르나')들을 만나게 된다고 한다. 빛이 있는 곳으로 안내되고 그러면서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게 되고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승의 사람들을 다른 차원에서 보게 된다고 한다.(물론 ‘지옥’으로 가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겠지 ㅎㅎ)
사실 ‘죽음’에 대해서 유물론자들은 죽음은 ‘끝’이라고 생각하고, 현대인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자살도 많이 하는 것 같고. 나하나 죽으면 끝난다고 하는 생각이 자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나도 예전엔 죽으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바로 ‘엄마의 죽음’이었다.
엄마의 영혼이 늘 우리와 함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엄마를 잃은 슬픔에서 오히려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었다. 볼 수도, 만날 수도 없지만 다른 차원에서 엄마도 다시 살아가고 계신가보다 하는 생각이 드니 슬프기만 하진 않았다. 언젠가 내가 죽으면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 같은 것도 생겼다.
한편으론 이래서 종교가 사람들에게 필요한 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천주교 신자이긴 하지만 모든 이들의 종교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편이다.(단, 사이비나 이단 종교는 빼고!) 나는 예수님을 믿지만, 사람들마다 믿는 각자의 신이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런 ‘믿음’이 고단하고 슬픈 현세의 삶을 위로해 준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종교가 있는 이유일테니까.
[아침 그리고 저녁]을 읽으면서 엄마 생각도 많이 났고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의 삶은 이렇게 탄생으로 시작하고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원 회귀인가보다 하는 생각. 즉, 죽음이 끝이 아니라 또다른 삶의 시작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죽음이 삶의 끝이 절대 아닌 것이다. 현재의 삶에서 웰빙-웰다이해야 다음 생도 있는 것이 아닐까. 현재의 삶이 웰빙하지도, 웰다이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괴롭히고 죽이면 다음 생도 그런 생의 연속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현세를 웰빙하고 신의 부르심에 웰다잉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p.s. : 이 책은 종교소설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