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아버지의 이름을 받았던 요한네스는 건강하게 태어나 번창하는 자손과 함께 나이 들어 아내를 먼저 보내고 친구를 보내고 자신도 죽음의 길로 들어섭니다.
이 단순한 이야기는 1장에서 요한네스의 아버지인 올라이의 시각으로, 2장에서 요한네스와 그의 사랑하는 막내딸 싱네의 교차되는 시각으로 전개되는데 그들이 겪는 감정과 사건을 개인의 느낌으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행복하게 최선을 다해 살았던 요한네스는 죽음의 과정에서도 삶의 루틴을 반복하며 자신이 지나온 길을 그대로 반복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소박한 먹을 것을 만들고, 산책을 계획하고 등등.
먼저 떠났던 페테르, 그리고 너무나 사랑했던 가버린 아내를 만나면서도 자신의 죽음을 확신하지 못했던 그는 싱네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도, 만지지도 못하는 경험을 하고서야 죽음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묻죠. 저승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느냐고요.
“자네가 사랑하는 건 거기 다 있다네, 사랑하지 않는 건 없고 말이야. 페테르가 말한다”
짧은 이야기지만 주인공의 성장과 깨달음이라는 문학적 서사의 기본을 모두 담고 있어 놀라웠습니다. 삶이 끝나는 순간, 요한네스의 페테르처럼 나를 데리러 올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해졌고요. 사랑하는 것들이 모두 있는 천국, 그곳에 있을 요한네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