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밤으로 향해 가는 시간의 순리처럼 인간은 태어나 죽음으로 나아간다. 태어날 요한네스를 기다리는 아비의 모습을 보며, 내 아이가 태어나던 날을 기억해보았다. 그저 건강하기를 소망했던 마음. 내 부족한 면을 닮지 않은 아이이기를 바랐던 마음. 나의 부모님도 나에게 그런 바람이었을까?
어쩐지 모든 것이 다르면서 여느 때와 같고 동시에 다르게 느껴진 날. 죽음의 경계를 지나가는 요한네스가 만나는 사람들. 서로의 미용사를 자처했던 각별한 친구 페테르, 사랑했던 아내 에르나. 그리고 셀 수도 없이 나아갔을 바다. 책은 나의 삶이, 내가 사랑했던 내가 만난 사람들이라고 말해준다.
마침표가 없는 쉼표들 사이로 나만의 속도로 온전히 읽혀지는 책. 짧은 책이지만, 천천히 읽기에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