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가장 감명깊게 읽은 소설이다. 왜 이제야 읽었나 싶은 동시에 이제라도 읽어 다행인, 두고두고 읽고 싶은 이야기이다.
수월한 침묵과 자멸적 용기의 갈림길
누가 썼는지는 몰라도 너무 멋있는 표현이라 곱씹고 또 곱씹어보았다.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바로 이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수월한 침묵과 자멸적 용기의 갈림길에 선 한 남자의 이야기.'
주인공 펄롱은 자신이 자라면서 받았던 친절과 격려를 끝내 다른 누군가에게 나누어주기로 결심한다. 수월한 침묵과 자멸적 용기의 갈림길에서 그는 자멸적이지만 용기있는 길을 택했다. 펄롱은 생각한다.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그의 용기있는 친절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님을 안다. 누군가에게 받았던 온기를 잊지 않는다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 아님을 너무나 잘 안다. 펄롱의 행동으로 바뀌는 것은 없으며 결코 영웅적인 인물도 아니다. 오히려 그의 아내와 다섯 딸을 생각하면 무모한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그를 보며 나는 평범한 한 사람의 용기가 이토록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며 금방이라도 터져나올 것 같은 눈물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