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들로부터 여동생들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든 여자 "
에이미 스튜어트의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를 읽고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리볼버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그것을 쓸 일이 생겼습니다.
-악당들로부터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든 여자 콘스텁스 콥! 그녀가 마침내 총을 든다-
만약 당신의 가족들이 악당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당신은 기꺼이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총을 들겠는가.
여기 악당들로부터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든 한 여자의 이야기가 있다. 20세기 초, 미국은 빅토리아 시대가 저물면서 자동차와 전기가 보급되고 현대적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태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은 과거의 이동수단인 마차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고, 여성들의 삶은 심한 제약을 받고 있었다. 여성들은 투표권이 없었을뿐만 아니라 직업 선택의 폭도 좁았고, 재산을 소유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데 1914년, 불한당의 협박에 시달리던 한 여자가 리볼버로 무장하고 직접 범인 체포에 나섰고,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 가 기득권 계층인 가해자를 유죄판결을 받게 만들었다. 이 용감한 여성 콥스턴스 콥의 활약상은 그 당시 여러 신문에 대서특필했고, 그 사건 이후 그녀는 미국 여성 보안관보 1호가 되었다.
이 책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는 부당한 일에 침묵하지 않고 불의에 맞서 싸운 용감한 여성이었던 '콘스턴스 콥'의 활약을 배경으로 탄생하였다. 저자는 실제 인물이었던 콘스턴스 콥을 작품 속으로 가지고 들어와 그녀를 포함한 노마, 플러렛이라는 콥 자매들을 추가하였고, 이 책을 시작으로 '콥 자매 시리즈' 8부작을 구성하였다. 보통은 소설 속에서 여성이 영웅의 면모를 지닌 인물인 경우가 드물었는데, 이 책은 콘스턴스 콥을 불의에 맞서 싸우는 영웅으로 내세워, 그녀를 포함한 콥 자매들이 권력을 가진 남자들의 비열한 행위와 위협에 맞서는 과정을 보여준다. 콥 자매들의 활약상은 이 작품을 읽는 사람들에게 마치 슈퍼여자영웅 영화를 보는 듯이 통쾌함과 재미를 선사해준다.
이 책은 주인공인 콘스턴스, 노마, 플러렛 콥 자매가 1914년 7월 마차를 타고 장을 보러 갔다가 벌어진 사건으로 출발한다. 그녀들은 뉴저지 외곽의 외딴 농장에서 그녀들만의 힘으로 삶을 꾸려가며 살고 있었다.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은 채, 조용히 농장을 운영하며 살고 있던 그녀들과 부유하고 기득권을 가지고 있었던 헨리 코프먼과의 조우는 그리 기분좋은 만남이 아니었고, 그것으로 인해 그 질긴 악연은 시작된다. 헨리 코프먼의 차에 받힌 마차는 박살이 나고 그들은 부상을 입었지만, 그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그들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고, 그들은 생명의 위협에 시달리게 된다.
부서진 마차에 대한 변상을 요구하러 간 콘스턴스 콥은 헨리 코프멈이 비단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비단업자임을 알게 된다. 그 당시 비단 제조업이 지역 경제의 주축을 이루고 있었던 산업도시였던 패터슨에서는 비단업자들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경찰에 압력을 넣어 노동자들의 파업을 탄압하고, 온갖 불법적이고 비열한 범죄 행위를 저지르더라고 그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처벌받지 않았다. 그런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여 이 작품 속 악당으로 등장하는 비단업자 헨리 코프먼 역시 무력하고 힘이 약한 여성들의 요구에 눈 깜짝하지 않고 콘스턴스 콥이 요구한 변상은 실행되지 않았다. 마치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기득권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이 무모하고 불가능한 요구로 받아들여지던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스턴스 콥이 포기하지 않고 결국 헨리 코프먼으로부터 손해 배상금을 받고, 그의 범죄행위에 유죄판결을 받아내 그를 감옥으로 보낸 것은 정말 기적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정의감에 불타고 불의에 대항하는 용감한 콘스턴스 콥은 다른 사람의 불행까지 그냥 넘기지 못한다. 손해배상을 요구하러 찾아간 비단공장에서 아이를 유괴당하고 불행하고 가난한 삶을 살고 있는 '루시 블레이크'라는 여성을 만난다. 그녀로부터 불행하고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난 후, 고심하다가 결국 콘스턴스 콥은 사라져버린 그녀의 아이이자 헨리 코프먼의 아이를 찾아주기로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여동생들이 헨리 코프먼과 그 친구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 특히 자신의 막내 여동생이자 자신의 딸인 사랑하는 플러렛이 악당들의 표적이 되자, 결국 콘스턴스 콥은 악당들로부터 여동생을 지키고자 총을 들게 된다.
"동생들에게는 나밖에, 내게는 동생들밖에 없습니다." 이윽고 내가 말했다. "그리고 동생들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가 총을 들어야 한다면, 그건 내가 될 거예요."
-p. 310
동생을 지키고자 하는 그녀의 정의감과 용기로 인해,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일은 또 다른 정의감에 불타는 히스 보안관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성공을 거둔다.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뿐만 아니라, 명철한 판단력, 결단있는 행동력,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근성,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기꺼이 도와주려는 배려심과 이타심 등이 결합하여 이 일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가족을, 사랑하는 여동생들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마음이 성공의 원동력인 것 같다. 마치 자식을 보호하고 지키려는 엄마의 마음으로 말이다. 그녀는 자신의 딸이자, 여동생인 플러렛을 위한 숨겨진 모성애를 이 문장을 통해 드러낸다.
'내가 플러렛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면-존재하는 줄도 모르는 엄마로서 내가 그애한테 무언의 선물을 줄 수 있다면-그 선물은 이런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자각. 우리는 우리한테 혹은 다른 누군가한테 말썽이 생겼을 때 종종걸음으로 피하지 않는다. 우리는 달아나서 숨지 않는다.
플러렛은 어머니를 보아왔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어머니의 방식을 배웠다. 나는 플러렛이 나 또한 봐주기를, 나를 통해 뭔가 다른 것을 배우기를 소망한다.'
-p. 370
요즘에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기득권 세력이 있고, 그들의 불법적인 범죄행위가 성행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녀의 정의롭고 용기있는 행동은 가난하고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주는 것 같다.
또한 콘스턴스 콥 뿐만 아니라 농장을 운영하고, 말을 포함한 가축들을 잘 돌보는 믿음직한 둘째 노마, 비록 사생아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재능을 이어받아 바느질을 잘 하고 옷을 잘 만드는 순수하고 천방지축인 귀엽고 사랑스러운 막내 여동생 이자 콘스턴스 딸인 플러렛, 이 세 자매는 각기 개성이 뚜렷하지만, 서로 믿고 사랑하는 매력만점의 자매들임은 틀림없다. 특히 세 자매가 주고받는 대화와 유머는 작품의 또 하나의 코믹 라인을 형성하여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
앞으로 세 자매는 농장에서 예전처럼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이 사랑스러운 세 자매와 헤어지기 아쉬웠는데 앞으로 이 세 자매의 활약은 계속될 것 같다. 그리고 정의감에 불타는 우리의 멋진 언니 콘스턴스 콥은 더 이상은 연약한 여자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멋지게 악당들을 혼내주는 보안관보로서 더욱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할 콘스턴스 콥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미스 콥, 저는 당신이 휼륭한 보안관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중략) 나는 당신에게 일자리를 제안하고 있는 겁니다. 미스 콥."
-p. 4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