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4월 29일 아침, 로스앤젤레스 공공도서관에서 화재경보가 울렸다. 놀라서 소지품을 챙기고 허둥지둥 뛰쳐나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당시 안에 있던 400여 명의 사서와 이용객들은 ‘또 시끄럽게 울리네’라며 귀찮아하는 기색이었다. 어차피 다시 들어올 거니 소지품도 그대로 둔 채 나갔고, 도서관은 8분 만에 비워졌다. 다들 밖에서 다시 들어가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성냥 하나에서 시작됐을지 모르는 이 대화재는 소방관들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틈을 타 전력질주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40만 권의 책을 한 줌의 재로 남겼으며, 70만 권의 책을 훼손시켰다. 그곳에 남겨진 것은 비통함과 재 냄새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