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문학동네, 2013)과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등을 통해 친밀한 관계에서 생겨나는 불안과 의심을 날카롭고 세련된 방식으로 그려온 손보미가 『사랑의 꿈』에서 공들여 묘사하는 세계는 그전과는 전혀 다르다. 장편소설 『작은 동네』(문학과지성사, 2020)에서 처음으로 일인칭 여성 화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간 손보미는 이번 소설집에서 다양한 나이의 여자아이를 본격적으로 등장시키며 “연약하지만 다채롭고 위태롭지만 맹렬한 세계 속에 포함되어”(192쪽) 있는 인물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그렇지만 『사랑의 꿈』 또한 손보미의 소설이기에 ‘십대 여자아이’에 대해 우리가 기대하고 예상하는 것들은 짜릿하고 통렬하게 깨어지며 새로운 얼굴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