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에는 서로 걸어가는 모습은 달랐지만 일본 현대건축사에 한 획을 그은 두 거장의 당당한 에피소드들이 흥미롭게 녹아 있다. 무라이 선생은 미국에서 더 주목받은 일본 건축가 ‘요시무라 준조’를 모델로 삼은 듯 보인다. 실용적 소박미를 떠올리게 하는 요시무라 준조는 건축가 김수근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와 더불어 ‘여름 별장’의 원형은 실제 요시무라 준조가 가루이자와에 지은 ‘숲 속의 집’으로 짐작할 수 있다. 소설 속에서 ‘나’가 실측한 선생의 작품인 아스카야마 교회는 ‘산리즈카 교회’의 재현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