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란 단어를 참 좋아하는데 어찌 루소의 고독은 내가 품고 있는 의미와는 달리 쓸쓸해 보인다. 루소의 책은 처음인데 처음 만난 책이 그의 마지막 책이라니. 그의 생과 글을 잘 모르는 채로 읽었을 때 노년의 자아 찾기와 성찰쯤으로 이해했는데 그의 산책은 삶의 주변부로 밀려난 어쩔 수 없는 발걸음 같기도 하고 그의 몽상은 회환과 원망과 변명의 찌꺼기가 혼합되어 맑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만큼 솔직해서일수도.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았음이 자꾸만 언급되서일까. 나 자신에게 몰두하겠다는 다짐이 더 슬프게만 들리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잊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인지도 모른다. 나는 살기 위해 태어났으나 살아보지도 못한 채 죽어간다.-p.22 오죽하면 이 몽상들마저도 사후에 빼앗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운명에 저항하지 않고 순응하는 삶. 삶의 끄트머리에 이르러서야 가능해진 삶에서 외부의 시선을 벗어던지고 자연을 품는다. <나는 자연인이다>에 등장하던 자연인들의 모습도 루소와 엇비슷하지 않나. 그 품 안에서는 몽상이 몽글몽글 솟아날 수밖에 없다. 철학이 별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