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변화시키는 눈빛을 소설 속에서 발견할 때 더없이 기쁘다. 그것이 이미 무뎌진 화자에겐 무서운, 그래서 미워하게 되어버린 눈빛일지라도. “자기 안의 책임을 추궁하는 목소리”를 일깨우는 듯한 아이들의 눈빛과 그 상황을 진단하는 현철이 포켓몬 고에 대해 이야기할 때의 순수한 “좋음”의 눈빛. 기적적인 전복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마음 속 무언가를 꿈틀거리게 만드는 연결의 순간들. 화자에게 남은 건 “씨발, 씨발”거리는 정호의 말습관과 귓가의 피부를 짓무를 정도로 벅벅 긁던 현철의 습관 뿐일지라도.
불건강해 보이는 어떤 감정의 전염이 때론 인간을 더 나은 곳으로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