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가 아닌 '가짜'가 되어버린 신내림 삼십년차 중년의 박수무당 문수. 그는 장수할멈과 함께 였을 때가 진짜일까 모든 신이 떠난 지금이 진짜일까? 마지막 장수거리 장면에 이르는 문수의 모습은 지금부터 그의 진짜 인생이 시작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오컬트물을 좋아하지 않지만 잘 다룬 신비주의는 흥미롭다. 기이하고 서늘한 긴장감이 좋다. 그래서 정보라의 <저주토끼>가 재미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혼모노>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다기 보다는 인간을 다루고 있어서 좋았다. 무당이라는 옷을 벗겨낸 문수의 현실이, 노력이, 비밀스럽지도 숨겨지지도 않아서, 그 모습이 진짜에 가까워 보였다.